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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G2 등극과 한반도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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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해 가을부터 세계 경제를 뒤흔들었던 금융위기가 낳은 신조어 중 하나는 '주요 2국'을 뜻하는 G2이다. G는 group의 머리글자로 선진국 모임의 원조는 1970년대 석유위기 때 프랑스의 주도로 미국, 영국, 일본, 이탈리아, 서독이 모여 만든 G6이다. 이후 캐나다와 러시아를 더해 G7, G8 등으로 불리다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는 주요 개발도상국까지 포함하여 각국의 재정장관 및 중앙은행장이 참여하는 장관급 비공식모임 G20이 출범했다. 급기야 2008년 11월에는 세계 금융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각국 정상들이 참여하는 공식 '모임'이 됐다. 다변화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점차 그 구성원의 수(數)를 더해 가던 '주요국 모임'이 느닷없이 미국과 중국의 '투 톱' 체제로 재정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지구촌을 달구고 있다. G2라는 어휘가 회자(膾炙)되게 된 직접적 원인은 G20회의에서 미국과 중국의 협력 필요성을 강조한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의 언급에 이어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프레드 버그스텐이 그 개념을 확대 해석하면서 부터다. 2조 달러가 넘는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국이자 고성장을 지속하고 있는 중국의 경제력이 배경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아니나 다를까 올 9월에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선거혁명을 통해 정권교체를 이룩한 일본 하토야마 정부는 미국과의 '대등한 관계'를 주장하고 나서는 한편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본 집권당인 민주당 실권자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의 방중에는 140명의 의원을 포함해서 600명의 대규모 사절단이 구성되는 등 중국에 대한 조공(租貢)외교가 되살아난 느낌이다. 이에 화답이라도 하듯 중국의 량광례 국방부장(장관)은 11월 27일 일본을 방문하고 양국이 처음으로 합동 군사훈련을 갖기로 합의했으며, 12월 중순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 부주석의 방일 일정도 잡혀있다. 일본의 대륙침략 역사로 인해 불편한 관계에 있던 중일관계의 이상 온난화 현상이다. 이와 같은 일본의 중국 경도(傾度) 현상의 이면에는 탈냉전기에 경제력을 앞세워 미국과 함께 G2로서 세계질서를 주도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자평했던 일본이 중국에 그 자리를 내 줄 수밖에 없게 된 현실에 대한 경각심이 자리잡고 있다. 또 비록 선거에 의한 정권교체를 이뤘다고는 하지만 '보스(boss) 정치'와 정경유착 등 일본 정치체제의 DNA를 바꾸지는 못하고 있는 일본 정치계의 포퓰리즘(populism)이 반영된 정책 조작의 일환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즉 진정한 전략적 변화(strategic shift)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고, 이와 같은 가설은 하토야마 정권의 단명을 예측하는 근거가 되기도 한다.


  과연 우리는 중국의 G2 등극을 어떻게 봐야 할까. 중국과 미국이 G2라면, 12월 1일부로 27개국으로 구성된 유럽연합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리스본조약을 발효시킨 유럽제국(諸國)은 그 힘이 중국에 못 미친다는 이야기 인가? 또 중국의 국력과 국격(國格)이 진정 미국의 일방적 영향력을 제한 할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한 것인가. 바로 서해안과 압록강, 두만강으로 중국과 맞닿아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작 논란의 한 가운데에 있는 중국의 반응은 복잡하다. 우선 G2라는 새로운 개념에 대한 중국 지도부와 각종 매체의 대내적 반응은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다. 지난 30년간 이룩한 경제발전 성과에 대한 국제사회의 찬사로 받아들이면서 1840년 아편전쟁 이후 겪었던 굴욕의 역사를 씻어낸 성공담으로 해석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의 빈부격차와 사회불안, 소수민족 문제, 요원한 정치 민주화 등으로 인한 '내부적 모순'을 호도하고 애국심 고취를 통한 사회통합의 계기로 삼고자 하는 의도가 명백하다. 그러나 적어도 외교 관계에 있어서 중국은 G2의 개념을 수용하는데 매우 신중하다. 12월 1일 중국의 양제츠 외교부장은 일본 매체와의 대담에서 중국은 G2의 개념에 동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이유는 중국은 중미 양국이 세계질서를 주도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보고, 유럽과 일본, 러시아 등과 함께 다변화된 세계 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중국이 냉전시기부터 유지해 온 비동맹원칙의 확대 해석에 가깝다. 물론 이는 중국의 급격한 부상(浮上)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일본을 배려한 발언이기도 하지만 적어도 중국을 치켜세우는 미국의 사탕발림에 빠져 미국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전략적 우(愚)를 범하지는 않겠다는 전략적 다짐이기도 하다.


  중국은 지난 30년간 스스로 이룩한 경제성장의 성과에 대해 양적 자부심과 질적 자괴감을 동시에 느끼는 모순적 상황에 놓여있다. 또 중국 사회를 관통하여 사회 통합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 체계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과 중국인의 삶의 질의 총화라고 할 수 있는 국격(國格)에 있어서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현실은 소프트파워(soft power)에 대한 중국의 갈망을 부추기고 있다. 국제정치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20세기를 주도해 왔던 미국의 영향력과 전략적 우위를 금융위기 해결과정에서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사줬다는 점만으로 중국이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미국 역시 진심으로 중국을 세계질서 주도를 위한 대등한 파트너로 인식하는 것은 아니다. 중국을 휘감고 있는 전통적 가치관과 팽창적 민족주의는 미국의 서구 중심적 세계관과 접점을 찾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금융위기 이후 불거진 G2의 개념은 미국과 중국 간의 치열한 전략적 경쟁의 산물이다. G2는 21세기 세계질서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평화와 번영을 주도할 수 있는 진정한 협력체제를 갖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은 양자간의 필요성에 의한 협력관계와 다자적 관계에서의 경쟁적 양상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있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중국의 미국 국채 매입과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통한 양국 이익의 공통분모를 찾아 가는 메커니즘은 양자간 협력관계의 전형이다. 한편 북핵문제를 계기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에 대한 양국의 영향력 확보 경쟁과 일본의 전략적 역할을 둘러싼 상호 견제, 그리고 아프리카와 중동 및 동남아 지역에서의 자원 외교 전략 충돌 등은 다자 무대에 있어서의 경쟁관계를 보여준다. 바야흐로 동아시아 지역 주요 이해 당사자의 행위 패턴은 냉전기의 안정적 분자운동으로부터 아노미 현상으로 전환되었으며, 그 핵심에는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일방적 영향력 감소라는 요인이 자리잡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변화의 와중에서 과연 한국의 현명한 전략적 선택과 처방은 무엇일까. 중국의 부상에 따른 G2를 물리적 양상으로 파악한다면 처방은 간단하다. 우리의 선택은 중국과 미국에 대한 등거리 외교와 전략적 중재역할, 미국 및 중국 각각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통한 세력 균형 추구 등이 될 것이다. 또는 간단하게 G2라는 어휘 자체가 포장하고 있는 미국과 중국의 협력체계에 한국을 접목시키는 것이 될 수도 있다. 문제는 G2라는 표현이 세계질서의 유동성과 화학적 특성, 그리고 양파 껍질과도 같은 국제질서의 다층적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G2는 국익 추구를 위한 전략에는 영원한 동반자도 적대자도 존재하지 않는 기능적 이합집산의 사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을 둘러싼 한반도의 운명과 관련해서 비협력적(non-cooperative) 게임을 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의 서로에 대한 불신은 결국 상대편의 배신 가능성을 전제로 한 내쉬균형(Nash equilibrium)을 추구하게 되고, 한반도 분단과 긴장의 지속이라는 현상유지(status quo)의 결과를 낳게 되는 것이다. G2의 부정적인 전략함의를 극복하는 방안은 단 하나 뿐이다. 남북한이 깨어있어야 하며,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입각한 주도적 전략적 판단과 선택으로써 우리의 운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G2의 부정적 기능을 최소화 하는 수밖에 없다. 일본의 새 정부처럼 허둥지둥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오승렬(한국외국어대학교 중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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