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현실주의는 이미 500년 전에 살아숨쉬고 있었다 !
창의성은 어떤 일을 하는 것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창의성이 결여된 발명품은 이 전의 소모품들과 다를 것이 없으며, 하다못해 스토리나 연출의 창의성이 떨어진 영화에서도 진부함이라는 최악의 비판은 피해갈 수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인간의 창의성은 점점 발전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러나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에 그 당시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상상력으로 종교화를 제작했던 화가가 있었다. 히에로니무스 보쉬가 바로 artistory의 두 번 째 주인공이다.
히에로니무스 보쉬(1450-1516?)는 네덜란드 태생으로 그의 일생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진 바가 없다. 보쉬는 르네상스 무렵 플랑드르 지방(오늘날의 네덜란드)에서 활동했다. 그는 그의 작품들 속에서 대부분 인간의 타락과 지옥의 장면을 다루었는데, 이는 그 당시 사람들이 받아들이기에는소름끼치도록 끔찍하여서, 그는 ‘악마의 화가, 지옥의 화가’라고 알려졌다. 그러나 그의 그림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의 창의력은 오히려 인간에 대한 냉철한 관찰에서 나온 교훈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의 대표작인 <쾌락의 정원>을 통해 이를 분석했다.
르네상스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에 활동을 시작한 보쉬의 무대는 중세시대로 기독교가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시기였다. 서양 화가들의 작품활동이 기독교의 입김에 큰 영향을 받았던 시절 그는 <쾌락의 동산>으로 기독교 정권에 강하게 맞섰다. 그의 그림을 살펴보자.
쾌락의 동산은 ‘세 폭 제단화’이며 이는 종교화의 한 형식이고 교회의 제단 뒤편에 걸며, 세 개의 패널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서양화와 쾌락의 동산은 세폭 제단화라는 형식에서 매우 비슷하지만 그들이 담고 있는 그림의 성격은 너무나 다르다. 대표적인 세폭 제단화 화가로는 로베르 캉팽(1375-1444)이 있다. 그는 세폭제단화에 십자가에 박혔던 예수를 내려 매장하는 <예수 매장> 등과 같이 다소 기독교적인 그림을 그렸다. 그러나 위의 보쉬의 그림을 살펴보자. 어디에도 한 눈에 기독교 색을 알아볼 수 있는 상징물은 찾아보기가 힘들다.
세 폭 제단화의 왼쪽 날개를 살펴보자.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만나는 모습을 담고 있는데, 남성이 여성의 힘을 제압하고 우월함을 자랑하던 중세 세태와 다르게 왼쪽 날개의 주인공은 이브다. 아담의 창조보다는 이브의 창조 쪽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이목을 끄는 것은 아담과 이브 뿐만 아니라 그들을 둘러싼 주변 환경이다. 아담과 이브에서 시선을 떼고 좀더 뒤쪽을 바라보면 기하학적인 형태의 환경이 우리의 시선을 끈다. 신기한 모양의 산이 세워져 있고, 쉽게 볼 수 없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가령 물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유니콘이라던지, 코끼리, 기린, 머리가 셋 달린 도마뱁 등 당시 화가들이 감히 상상할 수 없던 모습의 동물들이 그려져있다. 그림의 가운데에 놓여진 호수에는 기하학적 모양의 분수가 서있는데, 이는 보쉬의 그림을 다룬 책 <쾌락의 정원>의 본문에서 여성의 자궁을 상징한다고 드러나 있다. 왼쪽 날개만으로 보았을 때 이 그림이 전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는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그 독특한 표현 방식과 파격적이 그림 요소들은 세 폭 제단화의 가운데 판의 모습을 궁금하게 한다.
가운데 그림은 왼쪽 그림에 비해 다소 복잡한 구조로 이루어져있다. 가운데 패널의 주제는 에덴동산에서 쫓겨난 인간들이 쾌락을 탐닉하는 장면이다.인간의 욕망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인간의 현실 세계와 매우 닮았다고 할 수 있는 이 장면에서는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모습, 먹고 마시며 흥겹게 노는 모습 등이 그려져 있다. 그 외에도 종달새 등과 같은 동물들을 타고 하늘을 날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집채만한 딸기나 사과를 파먹으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등, 보쉬의 가운데 패널은 ‘쾌락’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다.
마지막 오른쪽 날개는 가운데 그림과 또 매우 상반된 분위기를 자아낸다. 지옥의 모습이 보인다. 타락한 인간이 지옥에서 고통받는 장면은 보쉬는 그의 천재적인 상상력을 통해 묘사하고 있다. 커다란 귀, 어마어마하게 커다란 칼, 수녀의 복장을 하고 사람들을 물어뜯는 돼지, 사람의 죄를 심판하는 두꺼비 등 당시 화가들이 쉽게 생각해낼 수 없는 초현실주의적 요소들이 돋보인다. 보기 힘든 이질적 존재와 연옥 속에서 고통받는 인간의 모습이 묘한 공포심을 자아낸다.
그가 이 그림을 그린 것은 1500년경. 르네 마그리트, 살바도르 달리 등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본격적인 활동을 벌이는 20c초보다 400년 일찍 그는 초현실주의 기법을 그의 작품 가득 담아냈다. 시대를 앞서가는 그의 기법때문에 그를 천재라고 불렀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림의 주제는 두말할 것도 없이 천재적이지만 말이다.
많은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쉬가 그린 이유를 ‘인간에 대한 인간에 의한 경고’라고 말한다. 왼쪽-가운데-오른쪽 날개가 함축하고 있는 뜻을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인간의 탄생’, ‘인간의 무한한 쾌락 추구’, ‘지옥’인데, 이를 연결해보면, 쾌락 추구는 인간의 본능이고 또 이것은 자제할 수 없는 것이니 인간의 지옥행(行)은 인간의 창조 때부터 정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당시 기독교 신자들의 생각을 뒤엎는다. 죄인은 회개를 통해, 혹은 면죄부 구입을 통해 그 죄가 씻겨지고 결과적으로 ‘주님의 세계’로 입성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보쉬는 인간의 탐욕은 본능이며 이는 회개로 씻기 불가능한 기독교의 죄악이라고 그림을 통해 암시하고 있다. 동전이나 죄의 용서를 구하는 기도는 지옥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그림은 정말 어쩌면 히에로니무스 보쉬 혼자만의 상상일지도 모르고 혹은 누군가의 의뢰로 그린 그림일 수도 있다. 연금술, 점성학 등 다양한 이념과 환상이 혼합된 그림이니 수업이 많은 해석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보는 사람들에게 저마다 다른 해석이 가능하게끔 만드는 이 작품은 작품을 감상하는 자들에게 '감상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다. 시대를 앞서가는 무한한 창의력을 세 폭 제단화에 담아낸 히에로니무스 보쉬. 그가 지금 생존해 있었다면 파격적이고 새로운 작품을 추구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선구자가 되지 않았을 까 생각해본다.
'THE W.A.Y [ VOL. 7 ]' 카테고리의 다른 글
| [김정호김정호 자유기업원장 칼럼] 농업도 세계로 나가야 한다 (1) | 2009/08/12 |
|---|---|
| [YLC 웹툰 ★] 시장경제의 주체 (4) | 2009/08/12 |
| [YLC 웹툰 ★] WE IMAGINE 2020 (0) | 2009/08/12 |
| [박형규의 클리닝타임] 첫 출전, 첫 홈런 그리고 마수걸이 승 (3) | 2009/08/12 |
| [김하림의 영리더 리더를 만나다] 끊임없는 배움의 자세, 이석우 겸재정선기념관장 (2) | 2009/08/12 |
| [최수빈의 Artistory] 히에로니무스 보쉬의 쾌락의 동산 (1) | 2009/08/12 |
| [릴레이인터뷰 제3탄] “모든 경험을 긍정적으로 하세요!” - 오택성 선배 (3) | 2009/08/12 |
| [전국지부를 말하다] 총MT부터 WI2020 까지, 전국지부의 추억들... (5) | 2009/08/12 |
| [관심사 기사] 키워드 - 한국의 교육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 (0) | 2009/08/12 |
| [관심사 기사] 키워드 - '북핵' (0) | 2009/08/12 |
| [관심사 기사] 키워드 - '존엄사' (0) | 2009/08/12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