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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좀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계기
- 100분 大 토론회 (안암지부장
"이야, 오빠 진짜 멋져요." "형 진짜 말 잘했어요. 어제랑 정말 다른데요. 어떻게 하면 그럴 수 있어요?" 중앙선거방송통신위원회에서 주관한 토론캠프. 아침부터 숨 가쁘게 시작한 토너먼트, 1시간여에 걸친 토론결승전이 드디어 끝났다. 무대에서 내려온 나 주위로 우리 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내 대답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듯, 여기저기서 질문 공세를 펼치는 사람들. 내가 말을 잘한다고? 조금 쑥스러웠다. 난 그저 함박웃음만 지으며 그네들의 얼굴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나는 참 말재주가 없는 아이였다. 거친 사투리에 경상도 남자 특유의 무뚝뚝함까지 있어 말수도 참 적었다. 때로는 어쩌다가 꺼낸 한 마디가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기도 해 모임에서도 별 주목 받지 못하는, 그런 아이였다. 머리가 커지면서 말이 제법 늘기는 했지만 그건 친구들과 수다를 떠는 재주가 늘었던 것이지, 다른 사람 앞에서 내 의견을 잘 피력하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대학교에 와서 다행히 자신감이 늘어나 여러 발표와 행사 때, 내가 해보겠다며 나서는 횟수는 늘어났지만, 결과는 항상 시원찮을 뿐이었다. 특히나 말을 하다가 중간에 내가 앞에 무슨 말을 했는지 잊어버리는, 머리말과 맺음말이 다른 말을 하는 버릇은 끝까지 나를 괴롭혔다.
9th Young Leaders’ Camp 때도 마찬가지였다. 조원들이 서로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 나는 내가 Debater를 하겠다고 나섰다. 하지만 4일 간의 예행연습을 하면서 처음의 자신감은 점점 사라져갔다. 조원들이 나의 문제점을 하나하나 지적해 줄 때마다 그냥 다른 사람이 했으면 좋겠다고, 이쯤에서 그만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 옆에는 내가 불편해 할까 봐 제대로 놀지도 못하고 자료에 밑줄을 그어가며 정리본을 만들어주는, 마치 자기 일인 것처럼 졸린 눈을 비벼가며 토론 준비를 도와준 조원들이 있었다. 여기서 그만 둬버리면 나는 몰라도 다른 사람들한테 너무 미안할 것 같았다. 이를 악물었다.
캠프 마지막 날, 전경련 회관에서 100분 大 토론회가 시작되었다. 너무 엄하다. 150석의 관중석 앞에 놓인 10명의 Debater를 위한 책상을 보고 제일 처음 든 생각이었다. 캠프 가기 전날 강연이 이루어졌던 그 큰 장소에서 토론회가 열릴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토론 할 때 어떤 자료가 필요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준비해간 자료를 전부다 들고 책상에 앉았다. 불안한 마음에 딱히 읽는 것도 아니면서 앉은 자리에서 자료를 자꾸 뒤적거렸다. 꼭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수능 날 책가방에 책을 한 가득 넣어간다는 고등학교 선생님의 말이 생각나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회자의 말씀이 있고, 찬성 측의 기조연설로 100분 大 토론회는 시작되었다. 그 다음 반대 측 차례, 난 준비했던 기조연설문을 또박또박 읽어나갔다. 몇 번의 논박이 있은 후, 다시 나에게 발언기회가 돌아왔다. 그런데 분명 준비할 때 연습 했건 것임에도 해야 할 말이 시원하게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군더더기 말만 많아지고 더듬거리는 횟수는 자꾸만 늘어갔다. 어영부영 그렇게 말이 끝나고, 난 어디론가 숨고 싶었다. 조원들에게 자꾸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 조원들이 나에게 푸념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남은 시간 동안 어떡하나‘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자료들 하나 하나에 조원들이 정성스럽게 그어놓은 밑줄과 요약 글들이 여기까지만 하고 빠지려는 나태함을 물리쳐주었다. '넌 너무 체제순응적이다.'라고 했던 대학교수의 말씀이 떠올라, 내가 지금 하는 말을 듣고 사람들이 비웃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떨쳐줬다. 다시 발언기회가 왔다. 이번에는 미리 써둔 개요를 보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왼쪽으로 보이는 150여명 되는 사람들의 얼굴은 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오른쪽에 계신 상무님도 보지 않으려 했다. ‘이건 내 발언시간인데 누가 뭐라 해.’ 이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맘이 편했다. 말도 잘 나왔다.
100여분에 걸친 大 토론회가 끝나고 조원들이 잘했다고 격려를 해주었다. 웃으며 나도 고맙다고 말했다. 토론 준비를 도와줘서 고맙고 부족한 나를 Debater로 믿고 지켜봐줘서 고맙다고 했다. YLC도 고마웠다. 이렇게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줘서. 한 학기 활동을 하는 동안 나에게 끊임없는 자극을 주었기에.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大 토론회가 끝나고,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중앙선거방송통신위원회에서 개최한 대학생토론캠프의 최종우승은, 찬성 측입니다." 우승! 너무나도 기뻤다. 무대에서 내려온 나 주위로 우리 조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여기저기서 질문 공세를 펼친다. ‘형 진짜 멋져요. 그런 거 어디서 배웠어요?’ 난 그저 함박웃음만 지며 그네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조금은 쑥스러웠다.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외치고 있었다. "당연히 YLC에서 배웠지. 너도 YLC에 들어와. 이 곳에서는 네가 원하는 모든 걸 다 배울 수 있다고!"
글 서울시립대학교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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