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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살 섬마을 소년 동하는 팔순의 할머니와 여동생 민주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목포에서 쾌속선으로 2시간을 달린 후 또 통통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조그만 섬동네가 동하의 고향입니다. 다단계 판매로 큰 빚을 진 아빠는 종적을 감췄고, 그 충격에 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팔순이 된 할머니는 남매 걱정에 눈물이 마르지 않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난 후 동하는 팔순 할머니를 도와 폐지를 줍습니다. 하루 종일 모은 폐지를 모아 버는 돈은 2000원 남짓. 한달 내내 일해도 6만원 벌이가 고작입니다. 하지만 이 돈이면 한달 집세를 낼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빚으로 모든 것을 잃은 후, 민주와 함께 시설을 전전하며 또래들의 손가락질을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면, 비록 낡고 누추한 집이지만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때인지 모릅니다. 바다 바람에 덜컹거리는 집에서 동하와 민주는 내일의 꿈을 꿉니다.

NGO(비영리단체)들이 추산하는 우리나라 빈곤 아동의 숫자는 100만 명에 달합니다. IMF 경제위기 이후 많은 중산층이 신 빈곤층으로 전락했습니다. 아무리 가난해도 아이만은 키우겠다는 옛 부모들의 모습은 사라졌습니다. 경제난과 가족 해체로 많은 아이들이 농촌과 어촌의 할머니, 할아버지 손에서 큽니다. 도시 빈곤 아동들은 밤늦게 돌아오는 엄마, 혹은 아빠를 기다리며 몸도 마음도 배고픈 하루 하루를 보냅니다. 동하와 민주 같은 아이들의 숫자가 무려 100만 명인 것입니다.

100만 명이면 CJ그룹을 25개는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아이들이 잊혀진 채로 큰다고 상상해보세요. 나만, 그리고 나의 아이들만 건강하고 즐겁다고 우리가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까요? 1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요? 그렇다면 지금 당장,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리는 봉사나 나눔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주 거창한 모습을 떠올립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리는 의사의 모습, 엄청난 규모의 기부와 대규모 자원봉사 같은 것을 상상합니다.

하지만 정작 세상을 바꾸는 건, 그리고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건 폭풍처럼 휘몰아쳤다가 사라지는 도움의 물결이 아니라 조그맣지만 꾸준한 사랑과 관심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이 동하와 민주를 위해 앞으로 10년간 매달 5만원을 모은다고 생각해보세요. 한달 1000원씩 50명만 모이면 비록 낡고 허름한 집이지만 동하와 민주가 성년이 될 때까지 따뜻한 집에서 쫓겨날 걱정 없이 살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자신들을 위해 마음을 모아 준 사람이 적어도 50명은 있다는 안도감입니다.

우리나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뜻을 모은다면 이 땅에는 희망이 있습니다. 아무리 가난하게 태어나고 좋은 부모를 만나지 못해도, 그 뒤에는 무명의 후원자들이 버티고 있을 테니까요.

세계 곳곳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는 식량이 남아 돌아 소와 돼지 등의 사료로 쓰고, 또 어떤 나라에서는 그 한 톨의 식량이 없어 수만 명의 아이들이 숨을 거둡니다. 자신이 낳지도 않은 아이들을 입양해 훌륭해 키워내는 부모도 있는가 하면, 핏줄을 버리는 부모도 있습니다.

이해되지 않는 세상이라고, 넋 놓고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부터 여러분들이 해 야할 일은 깨어 있는 것입니다. 마음을 열고 아픈 사람들의 신음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여러분은 축복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도움으로 동하와 민주 같은 아이들이 훌륭하게 자라고, 그 아이들이 또 자신의 어린 시절 처지와 비슷한 아이들을 돕는 선 순환이 일어나길 기도합니다. 생명은 예정되지 않은 채 태어나지만, 그 삶이 잘 살아지도록 돕는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입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느낌 감정을 잊지 말아주십시오. 그리고 조그만 나눔이라도 실천해보세요. 세상을 바꾸는 건 한 사람의 위대한 힘이 아니라, 무수한 사람들이 한 마음으로 모은 용기입니다.

 

CJ나눔 재단&문화재단 사무국장 허 인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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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1. 혼돈의울타리 2007/05/02 12:05

    조그맣지만 꾸준한 관심과 사랑.

    마음에 새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