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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다시 시작하기

친분이 있는 한 소설가가 이런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시간은 시작을 위해 존재한다"고.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술자리에서 으레 주고받을 법한 농지거리 속에 섞여있던 말이라, 나는 그의 말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나 역시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는 지금, 나는 가끔 그의 말을 곰곰이 곱씹어본다.
"시간은 시작을 위해 존재한다". 내 나쁜 머리로 그의 의도를 정확히 짚어내기란 실로 불가능하다. 하지만 대충 이런 뜻이 아닐까 짐작한다. 하루 24시간이 지나도, 한 달 31일이 흘러도, 일 년 열두 달이 흘러도, 시간의 흐름은 동일하다. 한 학기가 지났다고 해서, 한 학년이 지났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시간은 똑같이 흘러가고, 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우리들 역시 각자 똑같은 삶을 영위한다.
그러나, 이러한 인간들의 작위적인 시간 분배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준비할 수 있는 당위성과 강제성을 제공한다. '내일은 더 잘해야지. 다음 달에는 더 잘해야지. 내 년에는 더 잘해야지.' 사람들은 시간의 분배에 맞추어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각자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
사실, 인생에 'Restart' 버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20년도 훨씬 전에 이미 눌러 진 'Start' 버튼은 단 한 차례의 'Pause'도 용납하지 않은 채 계속 'Play'되어 왔다. 어쩌면 'Restart' 버튼은 존재하지 않는 낙원 유토피아처럼 사람들의 간절한 바램과 소망이 불러낸 환상일지도 모른다. 지난 과거를 모두 잊고,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싶은. 딸기향 해열제와도 같은 이상적인 해결책.
열대야에 잠 못 이루던 것이 바로 어제 같은데, 벌써 여름이 가고 가을이 왔다. 개강과 함께 새로운 한 달이 시작되는 9월. 또 다시 작위적으로 나눠진 시간의 흐름 앞에서 우리는 또 다른 '새로운 시작'을 강요 받는다. 'Restart' 버튼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단 두 가지로 압축된다. 있지도 않은 마무리를 준비하며 시간을 낭비하거나,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환상 속의 시작을 준비하거나. 선택은 물론 여러분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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